CD2021. 9. 10. 14:02
The Spotlite Series: Rama Records Vol. 2


1993, Collectables (COL-CD-5469)


 

우리나라에서 락에 관한 글을 볼 때마다 자주 눈에 띄는 단어 '저항 정신'. 더 나아가 놀랍게도 아이돌 음악에서조차 '저항 정신'을 진지하게 연구한 사람도 있다.  '저항'이라는 추상어를 남발하는 게 과연 올바른 쓰임일까?

 

락의 저항 정신은 프로테스트 뮤직을 저항 음악이라고 번역한 것에서 파생되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먼저 프로테스트 뮤직에 대해 살펴보면 '항의 음악'은 말 그대로 반대 의견이나 불만 의견 표시 음악을 말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회 비판 노래'가 항의 음악에 해당되나 반대나 불만 의사가 직접 노래에 나타날 필요는 없고 예컨대 외설 판정 금지곡을 검열 반대의 의미로 계속 부르거나 환경보호 시위에서 아름다운강산을 애창한다든지 이렇게 간접적으로 나타나도 항의 음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항의 음악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실제 시대상, 사회상에 따르는 것이지 방구석 이론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여기서 락의 저항 정신은 저항 음악의 저항과는 다른 의미임을 알 수 있다. (락 가수가 젊음은 반항 락은 저항이라고 외치면서 청춘 찬가와 사랑 타령 부르는 라이브 무대 분위기에 들떠 일탈감 느껴진다고 해서 저항 음악이 되는 게 아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대중 음악은 아이돌에서도 저항 정신을 탐구하는 것처럼 온통 '저항' 지뢰가 깔려있다. 그리고 '저항'이 의미하는 바도 음악 용어라기 보다는 문학에 가까워서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다. 아무래도 군사정권에 맞서는 국민의 저항성을 강조하다보니 대중 음악 전반에 '저항'을 진지한 고민 없이 상투어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한다.

 

그럼 락의 저항 정신을 상식선에서 풀어보면 락은 젊은이들이 기성 세대나 이와 비슷한 것에 저항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이건 굳이 우리 일상 언어 감각상 예술분야에는 어울리지 않는 '저항'을 언급할 필요 없이 락은 청년문화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락도 청년문화라는 일반적인 것 외에 락에 대한 고유한 인식 하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에 우리나라 아이돌 댄스를 커버해서 올리는 것처럼 영국 젊은이들도 자기들 손에 들어오는 흑인 음반들을 커버하면서 대중 음악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커버만으로도 성공해서 또 다른 커버를 하거나 인기에 힘입어 전문 작곡가에게 곡을 받는 걸로도 충분했으나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자작곡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60년대 후반부터는 락밴드들이 본격적으로 자작곡을 선보이기 시작하고 특히 비틀즈는 일찌감치 자작곡들을 발표해오면서 아이돌 팝스타에서 락아타스트로 이미 위상이 바뀌어 있었다. 이 때부터 락은 팝과 다르며 전문 작곡가/레코드 레이블의 꼭두각시 팝가수들이 상업성을 쫓는다면 락은 자기들만의 정체성을 갖고서 음악의 진정성을 추구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락뮤지션과 락팬 모두 음악의 진정성이라는 이름하에 주변부문화에 머무르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저항'성애자인 우리 평론가들에겐 주류중심부 문화에 대한 '저항'으로 비취질 수 있다.

 

어쨌든 그 옛날 백인 청년들이 부모에게 반항하려고 흑인들만 듣던 흑인 음악을 들은 게 아니라 따분한 빅밴드 음악 대신 절로 엉덩이를 씰룩거리게 하며 놀기 좋아서 들었던 것처럼 나의 학창 시절 락 음악도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놀이문화로써 즐긴 것일 뿐이기에 '저항'이라는 단어는 우리 평론가들의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서 현실 체감과는 매우 괴리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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